김규태 개인전
2026.04.01 - 04.05
M Gallery, CICA Museum

경계 Contouring the edge
바다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동시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로 한걸음 물러서게 하기도 한다. 김규태의 작업에서 바다는 하나의 풍경이라기보다 어떤 상태에 가깝다. 그것은 늘 곁에 있지만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감각을 품은 채 현실과 환상이 맞닿아 있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질문 - ‘내가 보고 있는 이 세계는 과연 무엇인가?’ - 는 단지 철학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감각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에서 비롯된 절박한 물음이다. 빛의 물리적 작용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과연 온전한 실재인지, 자신이 느끼는 이 경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사라지는지에 대한 물음은 그의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감각이자 사유의 출발점이다.
바다는 이러한 감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상이다. 수면 위의 파도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형태를 바꾸고, 그 아래에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층위가 존재한다.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파도의 움직임은 매 순간 다른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고정되지 않는 경계의 모습과 닮아 있다. 김규태에게 경계란 고정된 선이 아니라 감각의 미세한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상태와 같다. 오늘의 바다와 어제의 파도가 다르듯, 그의 인식 또한 고정된 틀로 환원되지 않는다. 바다는 모든 흔적을 지우는 동시에 또 다른 흔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움직임 앞에서 우리는 세계가 분명한 구분과 질서 위에 놓여 있다는 믿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작가가 가진 정제되지 않은 경계의 불안정은 스스로를 드러내며 더욱 명확해진다.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수면의 흐름처럼 분명하게 인식되지만 선명하게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또렷한 감각과 불확실한 감각이 함께 존재하며 발생되는, 미묘하고 불편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 모호함을 해소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사이에 머무르며, 경계가 만들어지는 순간과 사라지는 순간을 조용히 사유한다. 그것은 해답을 제시하는 태도라기 보다,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가깝다.
우리는 익숙하게 세계를 나누고 의미를 부여해 왔지만, 김규태의 작업은 그 경계가 얼마나 유동적인 것인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감각의 질서와 또렷하다고 여겼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잠시 멈춰 보게 된다. 당신은 무엇을 현실이라 믿어왔는가. 그리고 그 믿음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그의 작업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파도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처럼, 쉽게 붙잡히지 않는 감각 하나를 남겨둔다. 어쩌면 우리는 그 여운 앞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경계를 조용히 의심해 보게 될지도 모른다.
조이수 | 큐레이터

바다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눈을 조금 돌리면 보이고, 손만 뻗으면 닿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바다는 너무 깊고 광활하다.그곳에서 생명들은 꿈틀대고, 파도는 쉼 없이 되풀이된다. 우리는 바다 위에 흔적을 남기지만, 결국 바다는 그 모든 것을 삼키고 지워버린다. 파도가 칠 때 마다 나는 스스로의 존재도, 흔적도 그렇게 불확실해지는 느낌에 빠진다.
그 혼란은 나를 더 깊은 혼동으로 밀어 넣는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세계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이 세상이 온전한 곳이라 믿어도 되는 건가?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빛의 물리적 작용으로 이루어진 착시 아닌가?내가 느끼고 있는 이 경계는 무엇인가?
나의 환상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든다. 현실과 비현실, 나와 타인, 이곳과 저곳사람들은 흔히 혼돈과 질서를 구분하고 그것에 안주하지만, 그 경계는 너무도 불안정하고 모호하다.하지만 나는 그 경계를 명확히 나누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 혼동 속에서 그 경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싶다.
김규태
김규태는 세계를 쉽게 해석하지 않는다. 사물을 마주하더라도 곧바로 이름을 붙이기보다, 그 앞에 잠시 머무는 시간을 택한다. 빠르게 이해하기보다 충분히 응시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에게 이해란 결론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 태도는 자연스럽게 확신보다 망설임을 견디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는 명확한 답을 향해 서두르기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 곁에 머문다.
그의 시선에는 늘 약간의 거리와 여백이 있다. 그 거리는 무관심이 아니라,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대상과 자신 사이의 간극을 지우기보다, 그 간극을 인식한 채 서 있으려는 태도. 그 자리에서 그는 세계를 바라본다.
결국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거리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선언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시간을 통과하며 태도를 형성하고, 그렇게 그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자신을 만들어간다.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에서 사진을 전공하였다. 2025년 첫 개인전 <경계 On the Verge>(아트로직 스페이스, 서울)를 개최했으며, <52Hz Whale>(UECO, 울산), <Days of Future>(중구 문화의 전당, 울산), <Dialogue : 편지>(11갤러리, 경산), <기둥은 천장과 바닥을 분리할까-연결할까>(서구문화회관, 대구)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젊은사진가협회 고투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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