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9 - 10.23 뉴비전아트센터 기획전 [Days of Future Past] 울산 중구 문화의 전당 별빛마루 전시실
1105, 2025, mixed media
수많은 말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어떤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피멍을 남기고, 어떤 말은 공기 중에서 반짝이다 흩어진다. 잡으려 애쓰면 흩어지는 칭찬들과, 잊으려 해도 자꾸 손끝에 걸리는 상처들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나는 그중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흘려보낼지 알지 못한 채, 결국 모두를 끌어안고 걸어 나가고 있다.
사회초년생으로써 마주한 수많은 장면들은 어두운 터널처럼 기억되기도 하고, 한 줄기 빛의 잔상으로 남기도 한다. 이해할 수 있는 사정과 이해해야 하는 상황, 이해할 수 없는 환경 사이에서 뒤엉켜 정신없이 달리다 문득 뒤돌아본 길에 남아있는 날카로운 말의 무게는 손으로 만져지는 것만 같은데, 기억하고 싶은 말들은 한없이 가벼워 공기중으로 사라지고, 형체를 잃어만 간다.
문득 베일 것만 같은 물질적 형태를 가진 기억들은 마치 아날로그와 같고, 빛나다 사라지는 말들은 마치 형체가 없는 디지털의 비물질성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의 끝에서 마주한 수많은 상황에 대한 감정의 기록이자 형상화인 본 작업은, 날 선 말 없이는 빛나지 않는 따뜻한 말처럼 서로 분리된 것 같으면서도 긴밀히 연관된 두 종류의 경험을 표현한다. 손에 잡힐 듯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을 수 없지만 흘려보내야 하기에 추상적인 디지털 형식으로 재현하고, 쉽게 망각되지만 되새겨야 할 칭찬들은 아날로그의 물리적 형태로 기록했다. 이를 다층적으로 배치해 분리된 듯 보이지만 복합적으로 연결된 두 종류의 기억을 상징했다.
특히 AI를 통해 디지털 형식으로 구현된 이미지는 단편적인 시각 이미지로만 남아 담백한 순간의 기록으로 보이지만 나를 무너트렸던 상황의 재현으로, 사진 기록의 순간에 누락된 감정의 깊이를 프롬프트에 서술하여 되새겨도 무뎌지지 않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재생하였다. 이는 실제했던 사건의 재현이라기보다, 감정의 잔상과 기억의 질감을 함께 품은 또 다른 형태의 기록이라 말 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 출발점은 분명하지만, 종착지는 알 수 없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더 많은 고통과 마주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과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되돌아보고 싶은 순간이 있더라도, 걸음을 내딛는 과정 속에서 상처는 결국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은 두꺼운 가죽이 되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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